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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반도체 위기론

  • 장박원 
  • 입력 : 2018.10.23 00:07:01   수정 :2018.10.23 10: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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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은 끝났을까. 다수의 증권사 보고서는 D램과 낸드 가격이 4분기 각각 3~6%, 10%가량 하락하고 내년 1분기나 상반기까지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장기간 가격이 급등한 데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주춤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복병이 많아 수요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절적으로도 4분기는 반도체 비수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는 공급 측면을 감안하지 않은 외눈박이 진단일 수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난립했을 때는 출혈경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치킨게임이 끝나고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호황은 치킨게임 후 차려진 잔칫상이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겹치면서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공급 과잉이 걱정되면 업황이 악화되기 전에 반도체 업체들은 출하량을 조절할 것이다. 생산라인 증설시기와 규모를 분산하고 시장에서 일어나는 수급을 보면서 설비투자를 조정하면 된다. 치킨게임이 끝났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이는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 다시 큰 잔치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새로 건설하거나 확충하고 있고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확산되며 고성능·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도 호재다. 기술력이 높은 한국 기업들은 이런 흐름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있을 때는 아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 경기 위축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블랙스완(돌발변수)이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반도체 산업 자체의 한계가 화근이 될 수도 있다. 우선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투자 효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 난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액은 크게 늘어나는데 생산성은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술 평준화가 이뤄진다. 스마트폰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기술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서 지금은 수준이 거의 비슷해졌다. 반도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푸젠진화와 허페이창신, 칭화유니그룹의 YMTC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4분기 양산을 목표로 D램과 낸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업체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성장하면 최대 반도체 수출 시장을 하루아침에 잃게 될지 모른다.

기존 반도체를 대체하는 신제품과 신기술 출현도 신경 써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초고속, 저전력, 대용량 제품이 요구되는 현실은 반도체 업체에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 요인이다. 시장 요구를 맞추지 못하면 전혀 다른 기술이 등장할 수 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의 구매력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들은 이미 막대한 구매력과 자체 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급격한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 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만의 약점도 있다. 장비·소재, 부품 등 후방 산업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핵심 장비는 대부분 유럽과 일본 등에서 들여오고 부품과 소재도 절반 이상은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데도 이 분야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장비와 소재가 반도체 품질을 결정하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국산을 쓰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탓이 크다. 이는 반도체 인재가 사라지고 있는 것과도 관련 있다. 서울대 출신 박도체 석·박사는 10년 동안 절반 이하로 줄었다. 산업 생태계가 탄탄하지 못하니 인재가 배출되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강국 코리아`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17%를 차지하는 반도체 위기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다. 공급 조절이 가능하고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위기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약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여유 있을 때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초격차와 생태계 조성, 인재 육성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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