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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김정은 '솔직 화법' 그럼 천안함은

  • 최경선 
  • 입력 : 2018.10.18 00:06:01   수정 :2018.10.18 10: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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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화제가 됐다. 북한 숙소와 시설을 언급하며 "우리의 수준이 낮다"거나 "초라하다"고 했다. `솔직 화법`이라는 평가도 있고 `셀프 디스`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 발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정작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해 왜 한마디 언급도 없느냐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조선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았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일의 공식 후계자로서 얼굴을 처음 공개한 것도 그 무렵이다. 이 시기를 전후해 천안함 폭침사건이 그해 3월 터졌고, 연평도 포격사건이 그해 11월 발생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자리 잡던 시절에 아웅산 폭탄테러와 대한항공 폭파사건이 벌어진 것과 닮은꼴이다.

김정일은 한국인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 테러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본인 납치에 대해선 직접 사과했다. 2002년 9월 `북·일 평양선언`을 발표할 때다. 이때 김정일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사실 납치한 게 맞는다. 나도 최근에야 알았다. 솔직하게 사과한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언론은 김정일의 이런 이례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일성도 1972년 평양을 방문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1·21사태에 관해 직접 사과했다. 김신조 등 특수부대원 31명을 침투시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살해하려던 이 사건에 대해 김일성은 "박정희 대통령께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몰랐다. 보위성·정찰국장 다 철직시켰다"고 했다. 김일성은 그 후 6·25 남침에 대해서도 사과하려 했다. 1차 북핵위기로 한반도에 전운이 고조되던 1994년 다급해진 김일성은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제의했다.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일성은 6·25 남침에 대해 사과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생전 인터뷰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갑작스러운 김일성 사망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그 사과 약속도 이행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무슨 주문이라도 외우듯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반도 비핵화만 이뤄지면 남북 사이에 평화가 저절로 찾아올 것처럼 말한다. 비핵화가 그처럼 요술방망이인가. 핵무기만 제거하면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공격도 없어지고 연평도를 불바다로 만든 대포공격도 사라지는 것인가. 그런 도발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사실이라고 해도 여전히 의아하다. 김일성, 김정일은 1·21사태와 일본인 납치를 사과했는데 `솔직 화법`을 쓴다는 김정은은 왜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사과하지 않는가.

북한 외교에는 특징이 있다. 상대방이 강하게 압박하면 사과하며 물러나고, 상대방이 어리숙해 보이면 배짱을 부리는 식이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을 달래느라 노심초사다. 사과를 요구하기는커녕 "김정은 눈치 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터져나올 지경이다. 그들은 사과 한마디 없는데 천안함 폭침사건을 응징하기 위해 내려진 5·24 조치를 해제할 궁리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정은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이복형 김정남을 백주에 독살하고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딴청을 피웠다. 그런 인물을 놓고 "만나보니 믿을 만하더라"고 해서 우리 국민이 그냥 믿을 수 있겠는가. "미래가 중요하지 과거사에 대한 사과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되묻고 싶어진다. "일본에 과거사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부질없고 잘못된 일이냐"고.

남북 대화는 분명히 중요하고 또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선택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나 다름없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모든 잘잘못을 일일이 따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은 고작 8년 전 일이다.
두 사건으로 우리 국민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슴속에 새겨진 이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면 남북 화해는 미완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불신과 앙금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솔직 화법` 김정은은 더 늦기 전에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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