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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한국당·도올·이정미

  • 노원명 
  • 입력 : 2018.07.04 17:43:38   수정 :2018.07.04 21: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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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당 혁신을 책임질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 대국민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36명을 추렸다고 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중에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이 있다. 2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을 기사회생시킨 신통력을 기대해서일 것이다.
김종인은 경제민주화론자로 자유시장경제가 당론인 한국당과 지향점이 다르다. 그는 한때 박근혜의 경제멘토였으나 경제민주화가 안 돼 결별했다. 그렇다고 김종인이 보수주의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크게 보면 한국당의 융통성 안에 있는 인물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이름도 들린다. 최 교수는 진보 정치학자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신념보다는 사실에 엄격하고 보수주의에 대한 이해가 깊다. 충격요법이 될 것 같다. 도올 김용옥은 좀 놀랍다. 지난 수십 년간 도올이 한국 보수주의에 퍼부은 험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진보 진영에는 무척 살가웠다. 그렇다면 그건 당파성이 진보 쪽이라는 얘기다. 반대 의견을 포용하는 것은 관용이라고 치자. 거기에 운명을 맡기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심지어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이름까지 오르내린다. 헌재소장 대행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판결문을 읽었던 그 사람이다. 구(舊)시대와 결별하는 선언으로 `이정미 한국당 비대위원장`만큼 극적인 장면이 있겠나. 다만 너무 희극적인 게 문제다. 이정미 씨는 점잖은 법조인인데 본인 동의는 구하고 이런 코미디 주역으로 거론하는 건지.

한국당은 보수 혁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자학개그 같다. 한국당이 지금처럼 궁박하게 된 데는 `꼴보수` 행태가 큰 몫을 했다. 꼴보수는 보수 성향이 강한 것이 아니라 가치는 박약하고 태도는 지리멸렬해 경멸을 사는 보수다. 한국당이 보여주는 기득권, 보신주의, 기회주의, 무능한 행태가 `꼴`이다. 행태는 가치를 반영한다. 투철하지 못한 보수주의가 `꼴`을 불렀다고 보는 게 맞는다. 그런데 지금 한국당은 보수 혁신을 보수 가치 강화가 아니라 지우기에서 찾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기회주의적 발상들이 난무한다.

사실 이건 한국당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보수주의의 부박성과 관련된 문제다. 간혹 언론지상에서 보수비평을 하는 인사들 중에선 `저 이가 왜 저런 말을 하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정권 불문하고 권력 핵심부 주변을 벗어나지 않은 사람들로 보수에 큰 미련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비판은 신랄하다. 시선은 어딘가 다른 데를 곁눈질하고 있는 것 같다. 그보다 소심한 기득권 인사들은 공론 영역에서 입을 닫은 지 오래다. 이래저래 보수는 그들이 대변하는 기득권들에게도 구박·외면당하는 처지다.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그런지는 몰라도 한국 보수가 기회주의적이라는 건 분명하다. 돈 있고 힘 있을 때는 어느 정권에나 통할 만큼 둥글둥글 처신하다가 정권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늘그막에야 보수단체 성명에 이름을 올리고 좀 부지런한 이는 태극기 집회에 나온다. 볼 장 다 보고 하는 운동에 무슨 파괴력이 있겠나.

보수 리더가 안 나오는 데도 이유가 있다. 지도자는 공격형 대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수비형에선 절대 안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는 한국 보수주의 전선을 제대로 짚기는 했다. 한국에서 좌우 대립은 남북 관계 모순을 반영한다. 이게 최대 모순이고 따라서 기본 축이 된다. 홍준표는 북의 세습 독재 체제를 극복 대상으로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선명한 우파였다. 다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게 투쟁의 전부였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위장평화쇼`라고 말만 하면 그건 딴지일 뿐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회에서 이슈화하고 젊은 세대의 정의감을 결집하는 것, 국제기구와 미국·일본 조야와 연대해 북한을 압박해야 보수 운동이 된다.
전선을 구획하고, 세력을 조직화하고, 이슈를 선점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리더가 만들어지는데, 그렇게 해본 적도 없으면서 인물 부재를 탓한다.

보수 혁신은 안일함, 투철하지 못함, 게으름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입보수` 말고 `발보수`가 되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려면 도올과 이정미 씨 등 각자 잘살고 있을 사람들 명의를 끌어들여 벌이는 `위장 혁신쇼` 같은 건 관둬야 한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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