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매경포럼

[매경포럼] '김상곤 세대' 중3

  • 심윤희 
  • 입력 : 2018.05.21 17:43:50   수정 :2018.05.21 19:05:38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322858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어느 분야든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다. 농사일은 농부가 제일 잘하고, 건물은 건축가가 제일 잘 짓는다. 사람 몸은 의사가 가장 많이 알고, 도둑은 경찰이 가장 잘 잡는다. 우리는 그들이 특정영역에 쏟아부은 열정과 축적된 경험을 믿는 것이고 그 믿음은 대체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인터넷에 있는 짧은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가를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지만 각 분야 전문가들 덕분에 사회가 굴러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은 어떤가. 애들 키우는 거니까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뭘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는 게 옳고 합리적인지는 어려운 문제다. 이 분야에도 현장의 교사들, 교육정책을 만들어온 공무원들, 교육학자들, 사교육 세계의 사람들 등 전문가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그동안 교육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춤을 추며 변화해 왔는지, 어떤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그 히스토리를 꿰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교육에 있어 뭔가를 바꾸고자 한다면 이처럼 `교육으로 밥 먹고사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게 하는 게 옳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공론화라는 전대미문의 절차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년이나 연기한 대입제도 개편을 8개월간 만지작거리다가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겼고 결국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 400명의 설문조사로 최종 결론 내기로 했다. 이들 400명은 전국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국민 2만명 중 참여의사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한다고 한다.

비전문가 400명 손에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겠다니 정부가 이렇게 무모해도 되나. 교육부는 숙의 민주주의,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을 앞세우지만 결정장애와 무책임을 덮으려는 꼼수다. 지금의 입시는 며칠 공부하고 2박3일 토론해서 해법까지 도출해낼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수시와 정시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수능을 절대·상대평가 중 어떻게 치를 것인가, 수시와 정시 선발시기는 일원화해야 하나 등 결정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입제도개편 특위에서 전문가들과 협의해 모형을 4~5개 만들 계획이라고 하지만 조합이 100개도 넘어 쉽지 않아 보인다.

고3을 치러본 학부모나 수험생이 아니고서는 고차방정식 같은 입시제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교과·비교과,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 봉사, 진로), 학생부 실질반영비율, 표준점수·백분위, 절대평가 시 동점자 처리 같은 기본 입시용어부터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내용을 이해 못 하고 결정한다면 인기투표나 다름없게 된다.

이 모든 문제는 교육부의 철학 부재와 무소신에서 비롯됐다. 당초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수시 확대와 수능 절대평가에 찬성 입장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수시 대표주자인 학종에 대해 깜깜이 전형·금수저 전형이라는 불신을 쏟아내며 정시 확대를 외치자 멈칫했다.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시 확대를, 정치권은 패자부활이 어려운 학종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 주체마다, 지역별·학교별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교육부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 그런 의견충돌을 중재하고 문제점을 바로잡았어야 했다. 여론 수렴이 안 된다고 이같이 중대한 미션을 외부에 하도급을 주는 것은 무책임하다.


게다가 김진경 대입특위위원장은 최근 수시·정시 적정비율 결정과 수시·정시 시기 통합 여부 결정에 난색을 표했고 "수능이 객관적인 시험이기는 하지만 공정하지는 않다"고 말해 공론화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만약 국민참여단이 선정한 모형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교육현장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그 혼란과 갈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2022학년도 대입을 치를 현재 중3이 20년 전 `이해찬 세대`보다 더 불행한 세대가 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1998년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은 `한 가지만 잘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정책을 들고나왔지만 결과는 참혹했고 이들은 `단군 이래 최저학력 세대`로 회자되게 됐다. 졸지에 `김상곤 세대` `공론화 세대`가 된 우리 집 중3도 역사상 가장 방향성 없는 교육정책의 희생양이 될까 걱정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포럼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