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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김 위원장에게

  • 노원명 
  • 입력 : 2018.05.16 17:11:19   수정 :2018.05.16 17: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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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남한에선 당신의 아내에게 꼬박꼬박 여사 호칭을 붙이고 있습니다. 놀라운 반전입니다. 희극적일 정도로. 나는 아직은 헌법상 반국가단체 수장인 당신에게 님자는 못 붙이겠습니다. 이하 님자 생략.

위원장. 꿩 잡는 것이 매라 했습니다.
세상이 선의(善意)에 의해 바뀌는 경우는 드뭅니다. 선인(善人)이 바꾸는 경우는 더 드물고요. 세상을 바꾸는 건 이기심이죠. 그리고 대개는 순둥이가 아니라 악당들입니다. 트럼프와 위원장은 신사가 아닙니다(설마 본인이 신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내 눈에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욕망남`들로 보입니다. 세상은 욕망과 시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바뀝니다. 나는 둘의 만남에 기대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의 전임자, 그러니까 천성이 `범생이`인 오바마였다면 하지 않았을 기대입니다. 오바마는 기출문제집을 풀고 트럼프는 스스로 문제를 출제하죠. 위원장도 분류상 트럼프과. 현상 파괴를 기대하게 만드는 조합입니다. 뭐가 됐든 간에. 위원장. 소위 북한 전문가들 중 당신이 완전히 핵을 포기할 거라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긴가민가할 때는 현상 유지에 거는 게 안전한 법이므로. 그런데 물어봅시다. 위원장 당신은 압니까? 본인 마음을? 내가 위원장이라면 아침 생각 다르고, 저녁 마음 다를 거 같은데요. 세상은 위원장더러 핵을 다 내주고 체제 보장과 경제 발전을 받으라고 합니다. 솔깃한 제안이지요? 그런데 돌아서면 또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아니 핵만큼 확실한 체제 보장이 어디 있갔어?`

위원장. 핵 보유는 `고독한 늑대`가 되는 길입니다. 늑대는 존엄한 동물입니다. 폼은 나는데 문제는 배가 고프다는 겁니다. 겁먹은 남한으로부터 뭘 좀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글쎄요. 내 생각엔 남한이 보수우경화할 가능성이 더 커보입니다. 핵무력 통일? 역사상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먹은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이긴 게 대표적이죠. 결국 둘 다 망했습니다만. 그러나 위원장. 남한 경제가 북한의 45배, 인구는 두 배입니다. 이런 급수 차이에선 먹는 게 불가능합니다. 핵이 있어도 안 됩니다. 요컨대 핵을 택했을 땐 기껏해야 현상 유지가 최선입니다. 물론 미국이 묵인한다는 가정하에. 최악은? 트럼프는 전쟁을 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전문가란 사람들은 말합니다. "개방은 독재와 상극이다. 김정은이 체제 위험을 무릅써가며 경제 발전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게는 이게 정치학자들의 도그마로 들립니다. 경제가 발전한다고 독재가 다 무너지면 중국은 뭐고, 베트남은 뭡니까. 위원장이 걱정하는 건 제2의 카다피가 되는 상황일 겁니다. 2011년 리비아 민중이 왜 들고 일어섰습니까. 독재항거? 실은 경제문제, 특히 청년실업이 컸습니다. 역사상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하면서 인민봉기로 무너진 체제는 없습니다. 북한의 시장경제는 맹아기입니다. 주변에서 도와주면 최소 10년간 두 자릿수 성장은 기본입니다. "북한이 핵 폐기하면 한국 수준의 번영을 누릴 것"이라는 폼페이오 말은 `뻥`이 섞였지만 진담입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면 위원장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돼 있을 겁니다. 위원장의 조부는 마오쩌둥에 비견될 것이고.

위원장. 미국은 다른 나라를 대할 때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째, 우리를 공격하지 마라. 둘째, 우리와 거래를 트자. 이 나라는 뭘 대놓고 빼앗기보다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게 더 많이 남는다는 걸 압니다. 위원장이 할 일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과 거래를 트는 일 두 가지입니다. 그랬을 때 미국이 위원장을 흔들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은 멀리 떨어진 나라입니다. 한국전쟁이 아니었으면 애당초 한반도는 미국의 주요 관심 지역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위원장이 진짜 경계해야 할 대상은 국경을 맞댄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 간 위원장의 표정에서 나는 두려움을 읽었습니다. 그 나라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세요. 빙하처럼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위원장. 건강을 챙기세요. 과음을 피하고 체중은 좀 줄이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경호를 강화하세요. 지금은 우리에게도 당신이라는 존재가 소중합니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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