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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일본을 이렇게 대해도 되나

  • 노원명
  • 입력 : 2017.12.20 17:28:45   수정 :2017.12.20 17: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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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장관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평창올림픽에 꼭 참석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아베 총리는 확답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문 대통령은 난징사건 80주년이었던 지난 13일 "중국에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난징사건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민감한 주제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도 복잡한 판국에 이렇게 끼어들면 일본과는 더 멀어진다.
일본 입장에선 중국보다 옆에서 거드는 한국이 더 거북할 수 있다. 아무리 중국이 중요해도 립서비스 한 번을 위해 외교 자본을 이렇게 소모해도 되는가 싶다. 대놓고 "나는 당신이 좋고 그가 싫다"고 말하는 것도 외교인가. 우리는 일본을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과 비교해서 특히 그렇다. 중국의 갑질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이를 `실리 외교`라 주장한다. 사드로 흠씬 두들겨맞은 형편에 `역지사지`를 얘기하고 `미래로 넘어가자`고 한다. 좋다. 그게 현실이라고 치자. 그런데 일본을 상대로 역지사지와 미래를 말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한일 간 의제는 3년 전도 위안부, 지금도 위안부다. 일본은 입장 바꿔 생각할 여지가 없는 나라인가. 미래를 기약하지 않아도 좋은 나라인가.

일본을 거칠게 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과거사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함부로 대한들 너희들이 별 수 있나` 하는 심리가 있다. 20세기 정치학이 발견한 공리 중 하나는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국가들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일본이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된다 하더라도 한국과 전쟁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만약 일본이 해군을 보내 독도를 점령하고 정부 차원에서 한국 관광을 금지할 수 있는 나라라면 지금처럼 일본을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깡패 앞에서 주눅 들고 신사를 깔보는 일은 뒷골목뿐 아니라 국가 간에도 있다.

중국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일본과는 척져도 상관없을까. 문 대통령이 지난 방중 기간 한 연설 중 "중국이 번영할 때 한국도 함께 번영했고 중국이 쇠퇴할 때 한국도 함께 쇠퇴했다"는 대목이 있다. 두 나라가 함께 번영했다니 어느 시대 얘긴가. 민족주의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고구려사는 수나라, 당나라와의 전쟁으로 점철됐다. 그 후로도 중국은 우리에게 드리워진 그림자였지 번영의 요인이 아니었다. 19세기 중국이 쇠퇴할 때 한국이 함께 쇠퇴한 것은 맞지만 둘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 우리 근대사에서 번영이라 말할 수 있는 기간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 지금까지가 전부다. 이 기간에 동북아에 절대 강자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패권국가일 때, 제국주의 일본이 동북아를 제패할 때 우리는 예외 없이 불행했다.

국제정치에서 국가의 목표는 단순하다. 스스로 패권국이 되든가, 아니면 패권국의 출현을 막는 것이다. 국가 간 동맹은 이 축선상에서 이뤄진다. 나폴레옹 시대에 영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프랑스의 패권을 견제했다. 처칠은 스탈린의 야심을 알았지만 나치 독일이 유럽을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손을 잡았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기본축으로 중국의 지역 패권을 억제해 왔고 그 동맹에 속해 가장 크게 덕을 본 나라가 우리다. 우리는 일본을 뺀 채 미국만 바라보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일본 없이 중국을 견제하기 어렵다. 일본이 못마땅해도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 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핵무장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국 단독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핵무장이 가능한 유일한 경우의 수는 중국과 북한 견제를 위해 미국이 일본과 한국의 동시 핵무장을 용인하는 것이다.

이 정부는 미·중 간 균형외교에 높은 가치를 두는 듯하다. 미국은 다른 대륙에 패권국가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 북아메리카대륙을 넘어 다른 대륙에서 패권적 지위를 행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런 미국과 중국의 중간에 서는 것이 균형 있는 행동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균형외교가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
중·일 간 균형외교다. 중국과 일본 중 누가 더 위험한 국가인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중국을 상전처럼 모시기 싫다면 우리는 중국 견제자로서의 일본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을 지금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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