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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중국 언론의 속살

  • 정혁훈
  • 입력 : 2017.12.18 17:17:44   수정 :2017.12.18 22: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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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내륙의 쓰촨성. 인구가 8000만명 정도 된다. 면적은 한국의 5배에 가깝다. 어마어마한 땅과 인구, 글로벌 기업들의 서부 내륙행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 쓰촨성에서 가장 큰 언론사가 청두미디어그룹이다.
신문사 6곳을 비롯해 방송, 잡지, 인터넷 등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자산 규모만 2조원이 넘으니 국내 어떤 미디어보다도 규모가 크다. 매일경제는 2년6개월 전 이 미디어그룹과 공동으로 쓰촨성 수도인 청두에서 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다. 당시 현지에서 행사를 준비하던 기자의 눈에 새삼 낯설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청두미디어그룹 CEO가 현직 공무원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청두시 정부에서 부비서장을 하다가 옮겨와 일하고 있었다. 2년간 CEO직을 무사히 마친 그는 다시 청두시 국장으로 돌아가 지금껏 공직자로 일하고 있다.

공무원이 경영하는 언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언론이 아니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를 감시하는 민주사회 언론과는 가치 판단의 잣대가 달랐다. 그들도 언론이다보니 팩트 취재에 충실하려 했지만 쓰촨성 정부, 나아가 중앙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방중 행사를 취재하던 기자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사건을 계기로 중국 환구시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한국인과 한국인 간의 싸움`이라는 보도는 이전 기사들과 묘한 데자뷔를 이뤘다. `김치만 먹어 멍청해졌다`느니 `사드는 악성 종양`이라는 막말 퍼레이드가 모두 환구시보 작품이었다.

환구시보의 이런 행태를 이해하려면 먼저 지배구조와 창간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환구시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100% 자회사로 1993년 창간됐다. 당시는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을 때다.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은 인민일보만으로는 국제뉴스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시각으로 국제뉴스를 풀어낼 수단이 필요했다. 더구나 빈부격차 등 양극화로 인한 내부 갈등은 외교 이슈로 덮는 것이 최고의 수였다. 영유권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환구시보 역할이 더 커지는 배경이다. 그렇게 탄생한 환구시보는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글로벌 파워 확대에 힘입어 모든 이슈를 자신들 입맛에 맞게 가공하는 `별종 신문`으로 거듭났다.

지배구조상 중간에 인민일보가 끼어 있기는 하지만 환구시보 역시 당의 통제를 직접 받는다. 기본적으로 당의 논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환구시보가 사실을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직접적인 당 기관지가 아니라는 틈새를 활용해 오히려 더 심하게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중국 정부와 당이 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대외관계를 감안해 할 수 없는 말을 환구시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경우 외부 반응을 살피면서 대외정책을 조율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한 환구시보 보도 역시 한국 측 대응을 떠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말려들면 우리만 손해인 셈이다.

환구시보든 인민일보든 청두미디어든 최정점에는 언론을 총괄하는 중국공산당 선전부가 있다. 선전부장은 조직부장(인사담당)과 함께 공산당의 양대 요직이다.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직전 중국 권력 서열 5위 상무위원 류윈산도 선전부장에서 올라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던 최측근 황쿤밍을 최근 새 선전부장에 앉혔다. 집권 2기 통치철학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충실히 선전하라는 메시지다.

우리가 환구시보 사설에 분노하면서도 그냥 무시해버릴 수 없는 이유도 그 안에 중국 지도부의 속내가 담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곡에는 강하게 대응하되 누군가는 그 속에 담긴 뉘앙스를 챙겨보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정혁훈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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