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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김일성·마오쩌둥 맞짱 뜬 사건의 교훈

  • 최경선 
  • 입력 : 2017.12.13 17:28:30   수정 :2017.12.13 21: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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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이 1956년 9월 김일성의 뒤통수를 친다. 중국 공산당 8차 대회가 열리던 이때 마오쩌둥은 소련 대표에게 "김일성은 어리석은 전쟁을 일으켰고 무식하게 행동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리고는 "당연히 쫓아내야 한다"고 말끝을 맺었다.

그 몇 주 전 북한에서 벌어진 `8월 종파사건`이 빌미였다.
그 무렵 김일성은 반대파의 도전에 맞서 권력 다지기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한국전쟁에 파병해 달라고 마오쩌둥에게 요청하러 갔던 박헌영을 전격 총살했다. 1956년 8월에는 중국 공산당이나 팔로군에서 활동했던 이른바 옌안파들을 대거 숙청한다. 옌안파들이 조선노동당 전당대회에서 김일성을 공격하려 했는데 그 낌새를 김일성이 미리 알아채고 반격한 것이 `8월 종파사건`이다. 이로 인해 옌안파 일부는 중국으로 도망가고 나머지는 숙청됐는데 마오쩌둥이 여기에 시비를 건 것이다. 곧바로 중·소 공동조사단이 구성됐다. 중국군 총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펑더화이가 공동 단장을 맡았다. 휴전 후 100만명이 철군하고서도 북한에 여전히 중국군 25만명이 주둔하고 있던 때다. 북한군과 중국군이 삼엄하게 대치하는 가운데 그해 9월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렸다. 펑더화이를 비롯한 중·소 조사단은 김일성에게 자아 비판과 숙청된 옌안파 복권을 요구했다. 김일성이 승낙하자 자신들 힘 자랑 결과에 의기양양해진 중·소 조사단은 거들먹거리며 돌아갔다.

그즈음 김일성은 중국군 철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었다. 미군 잔류를 요구한 이승만과는 정반대였다. 김일성은 1956년 4월 "모든 외국 군대가 철수해야 하고 조선 내정에 다른 나라가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일성에게 중국은 존재 그 자체가 위협이었다. 김일성은 그때까지 마오쩌둥과 별다른 친분도 없었다. 한국전쟁에 중국이 참전한 것도 어차피 자신들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김일성은 생각했다.

김일성은 중·소 조사단이 돌아가자 곧바로 정면 대결에 나선다. 옌안파 대표 인물을 돼지농장 관리인으로 쫓아내고 대대적인 숙청에 나선다. 때마침 김일성을 도운 것은 중국과 소련의 분쟁이다. 두 나라가 공산주의 맹주 자리를 놓고 티격태격하면서 북한 내정에 다시 간섭하기 힘들어졌다. 오히려 북한을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애쓰는 와중에 1958년 10월 중국군 철수도 마무리됐다. 그러자 김일성은 1959년 말까지 소련파·옌안파 구분 없이 반대파의 씨를 말린다.

이제 항일운동을 함께했던 옌안파를 한 명이라도 살리려면 김일성에게 부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 와중에 마오쩌둥은 "8월 종파사건 때 북한 내정에 간섭했고 이는 잘못된 일"이라며 몇 차례나 김일성에게 사과해야 했다. 펑더화이도 한국전쟁 때 무례하게 굴었던 태도부터 내정 간섭한 행위까지 잘못을 빌어야 했다. 김일성은 그 뒤로도 중국을 `못 믿을 동맹`으로 봤다. "중국 지도자는 얼굴을 마주 보며 말할 때와 뒤에서 하는 짓이 너무 다르다"고 말한 기록도 있다.

김일성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으려는 김정은이다. `못 믿을 중국`에 대해서도 지겨울 정도로 배우며 자랐을 것이다. 친중파인 장성택과 김정남을 제거한 일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김일성의 옌안파 제거와 닮았다. 막가는 김정은은 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특사도 쳐다보지 않고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한다.

이런 북한에 질질 끌려다니는 중국이 한국에는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문화·관광 교류까지 무기 삼아 사드 배치에 보복을 퍼붓는다. 우리 주권을 무시하는 오만하고 무례한 행태를 반복한다.
지금도 자신들이 마치 `황제의 나라`인 것처럼 착각하는 듯하다. 예의와 품격을 지키는 이웃 나라를 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것이 `못 믿을 중국`의 본질이라면 우리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한미 동맹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면전에서 우리의 안보 주권을 한 치 물러섬 없이 말하고 부당한 간섭에 대해선 당당하게 따져야 한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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