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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한미는 정말 경제동맹 아닌가?

  • 김세형 
  • 입력 : 2018.02.27 17:16:03   수정 :2018.02.27 17: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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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가고 현실만 남았다. 북한의 김영철은 서울에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북·미 대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선제타격론이 또 튀어나올 것이다. 설상가상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철강덤핑과 GM 사태라는 심각한 과제가 떠올랐다.

청와대는 통상과 안보는 별개라고 하지만 진실의 시간이 다가온다.
북·미 대화가 안 풀리면 도널드 트럼프는 통상 쪽에서 화풀이할 공산이 크다. 작년 미·중 간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잘 해결해주면 미국은 통상·환율조작 문제를 잠시 미뤄두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게 없자 트럼프는 무역전쟁 카드를 뽑아 들었다. 트럼프 자신의 입으로 경제는 곧 안보임을 말한 것이다. 그가 수많은 나라 가운데 콕 집어 "한국은 무역동맹이 아니다"고 한 말 속엔 `뼈`가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다녀가고 나서 청와대와 백악관이 아직 통화가 안 된다는 점, 철강덤핑을 맞은 12개국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은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은 퍽 께름칙하다.

다시 한번 본질을 보자.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지지율에서 꼴찌(34%)고 대선 시 러시아와 내통으로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그리고 오는 11월이 중간선거다. 이번 철강덤핑을 통해 무역전쟁을 벌이는 1차 타깃으로 중국을 지목한 것은 인기 만회를 도모하기 위함일 것이다. 한국은 일면 끼워 넣기. 다른 일면은 미운털이다.

미국의 작년 대중 적자는 3752억달러고 한국의 흑자는 176억달러로 줄었다. 중국·일본(688억달러 흑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고 베트남·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보다 후순위다. 지난 1월 삼성·LG 세탁기를 세이프가드(50% 관세)에 넣을 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반대했지만 트럼프가 직접 넣었다고 한다. 한국이 과연 미국과 통상 맞짱을 뜰 수가 있는가? 산전수전 다 겪은 과거 장관들은 "한국이 미국에 아쉬울 게 없다면 가능한 일"이라며 혀를 끌끌 찬다.

약간만 시계 바퀴를 돌려 과거 한국이 세계 경제 위기를 어떻게 돌파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쓴 `격동의 시대`를 보면, 당시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외환위기 시(1997년) 급전을 꾸러 일본에 갔을 때 그린스펀이 일본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 돈을 빌려주지 마라"고 한 장면이 나온다. 이 말 한마디로 한국은 IMF 관리로 들어갔다. 2008년 금융위기 시 외화 탈출로 1500원대로 치솟고 있을 때 구원의 손길은 미국의 통화 스왑이었다. 미국의 힘이 어떤지, 한국이 얼마나 아쉬운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과의 교역이 12%에 달하는데 통상 보복으로 규제당하면 어디에 시장이 있겠는가. 신북방·신남방 국가들일까?

요즘도 10년 호황 끝에 경제위기론이 간간이 거론된다. 위기가 터지면 한국은 또 미국을 쳐다봐야 한다. 그래서 일본·독일도 미국과 크게 척을 지진 않는다. 금융위기나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를 활용해 개발도상국의 팔을 비틀어 엄청난 이득을 취하는 게 미국의 폴리티컬 이코노미다. 즉 정치와 경제를 동전의 양면으로 하는 게 미국의 방식이다. 미국은 1984년 자유무역협정(FTA) 첫 대상국으로 이스라엘을 꼽으면서 외교적 양립(diplomatic compatibility)을 최우선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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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한국과 첫 FTA를 맺은 이유는 군사동맹에 이어 경제동맹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한국전쟁을 함께 치른 혈맹국으로서 한국이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치른 세계적 모범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런 정신으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 해결 시 G20 회의체를 설립하면서 네덜란드, 스페인을 제외하고 한국을 회원국으로 넣어줬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있는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등 트럼프가 막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거나 화가 나서일 수 있다. 요즘 미국은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을 거론한다.
미국이 한미 FTA는 폐기하고 TPP로 들어가면 한국은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WTO에 제소하는 등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하라"고 한 것과 대립적이다. 정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워싱턴으로 파견했는데 그의 직선적 성격상 불안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묵직한 인물을 내세워 한미 경제동맹의 기억을 일깨우고 복원시키는 게 급선무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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