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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혁신성장이란 무엇인가

  • 김세형 
  • 입력 : 2017.10.10 17:20:32   수정 :2017.10.10 17: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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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들이 전 세계 일류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추석연휴 직전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중국기업은 공정한가`라는 특집에서 제기한 이슈이다. 중국은 `Made in China 2025` 실천계획으로 항공우주 신소재 자동차 등 10개 분야에 무려 920조원의 펀드를 조성해 돕고 있다. 기술 탈취, 중국시장 접근 조건으로 기술 이전 그리고 불공정 보조금 등의 삼박자로 세계 1등을 넘보고 있다.
고속철과 원전이 대표적으로 서방기업들이 이렇게 벅찬 상대를 맞은 산업사(史)가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스마트폰), 현대차는 최근 중국시장에서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 갤럭시의 시장점유율은 19%에서 3%로 쪼그라들었고 현대·기아차는 패퇴 지경이다. 사드 보복의 진실은 한국기업을 거꾸러뜨리려는 후흑(厚黑) 계략이라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문재인정부 5개월 동안 이러한 도전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없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분배와 노동계에 힘싣기뿐이었고 기업경쟁력 강화 전략은 전무했다. 올해 세계경제는 IMF가 10년 만에 성장률 목표를 3.6%로 올릴 정도로 회복세다. 한국만 청년실업률이 늘고 소비·투자가 하강한 것은 새 정부의 정책이 틀렸다는 방증이다. 누군가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론 효과를 과장되게 설명한 것 같다. 한노총은 "문재인 대통령도 노사정회의에 참여하라"며 상투 끝까지 올라갔다. 사기가 꺾인 기업인들은 해외로 나가거나 락앤락처럼 차라리 기업을 정리해버리고 싶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방향을 틀어 혁신성장으로 가겠다는 정책 변화는 노벨 경제학상을 탄 리처드 세일러 교수식 표현을 빌리면 중요한 넛지(nudge)다.

문제는 청와대-정부 내에 혁신파와 소득성장론자가 주화파-척화파처럼 양분돼 있다는 사실이다.

형태가 기능을 좌우한다는 루이스 설리번의 법칙을 들어보았는가. 남은 희망인 혁신성장도 낭패를 안 보려면 김동연 부총리를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부터 단단히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하나 마나란 이야기다. 벌써부터 중소기업, 벤처 등에만 국한시켜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재벌이나 대기업은 여전히 규제할 것이라는 흐름이 감지된다. 혁신성장이 무엇인가. 두뇌와 자본이 마음껏 이노베이션 무대에서 뛰게 하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는 설립 5년 미만 기업에서만 늘어난다는 게 미국·유럽에서도 확인됐다.

요체는 한국에 실리콘밸리(미국) 같은 창업단지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곳에 벤처-대기업이 칸막이가 돼 있는가.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이제 세계 초대기업들이 된 존재들이 벤처기업과 유기적으로 두뇌, 기술, 협업을 주고받으며 혼재한다. 그렇게 섞여 흐르는 게 경제다. 만약 혁신성장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피아(彼我) 구분하듯 설계하면 결론은 뻔하다. 정부와 재계는 지금 대화 절벽이다. 경총이 최저임금과 비정규직을 비판한 이후 정부와 재계 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런 가운데 반기업 정책들이 융단 폭격하듯 쏟아져 기업은 현재 공황 상태에 놓여 있다. 정말 혁신성장을 하려면 기업인의 심장이 뛰게 분위기부터 바꾸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제조업위원회를 두고 20명의 최고 CEO와 대화하면서 법인세도 35%에서 20%로 최대폭 낮추기로 했다. "일자리와 임금을 돌려주겠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한국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폭주, 일반해고 파기 등으로 기업을 적(敵)으로 몰다시피 했다.

가뜩이나 전쟁 위험까지 고조돼 신용등급 유지마저 걱정되는 판국이다. 지난 2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9.2%나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IR에서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적기"라고 외쳐본들 공허하다. 정말 혁신성장을 해보려면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이 기업인의 기(氣)를 꺾은 부분을 원상회복시키는 게 좋겠다.
법인세 인상, 탈원전 같은 것을 전격 철회할 경우 세일러 교수의 행동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긍정 신호를 줄 것이다. 특히 경계할 일은 한편에선 혁신성장을 하면서 다른 쪽에선 노동계 편들기 등 반기업 정책파가 힘겨루기를 하는 일이다. MB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의 창조경제 등 정부 간판사업은 실패가 운명이었다. 혁신성장의 운명은 어떨까. 경제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어떻게 교통정리해주느냐가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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