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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경제와 정의(正義)에 대하여

  • 김세형 
  • 입력 : 2017.08.08 17:29:29   수정 :2017.08.08 17: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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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성적표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6월 수출, 공장 가동률은 가슴 철렁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2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9.4%나 폭락했다. 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최초로 2만2000포인트 신기원을 달성한 날 한국은 크게 떨어졌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수출 주도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외신들은 우려했다. 새 정부는 지난 보수정권 9년간 성장의 과실이 서민, 힘없고 어려운 계층에 전혀 떨어지지 않아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먼저 내걸고 재정을 총동원해 급하면 공무원 일자리를 만들어서라도 `분배`를 먼저 하자는 것이다. 소위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여기에 대기업과 금융정책은 없다.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친기업을 말한 후 기업 총수들과 청와대 회동에서는 친기업을 위한 각론을 내놓지 않았다. 곧이어 법인세 증세, 소득세 부자증세 폭탄이 떨어졌다.

문재인정부 5년 로드맵 짜기에 참여한 한 측근은 "대통령이 정의와 공정을 워낙 강조해 크게 참조했다"고 밝혔다.

사실 정의의 모습은 너무 여러 가지다. 약자의 정의(아리스토텔레스), 중용의 정의(존 롤스), 그리고 경제적 정의(벤담의 공리론)도 있다. 대기업, 고소득자 앞에 초(超)자를 하나 붙여 세금을 더 걷자는 프레임은 강자를 혼내겠다는 징표다. "강남에 2~3채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은 괴롭게 해주겠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은 23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법과 똑같다. 원전은 나쁜 것, 탈원전을 꼭 이루겠다며 밀어붙이는데 국정 우선순위에서 그게 뭐가 급한가.

자유민주주의에서 어떤 경제질서가 확립되기까지는 역사적 기제들이 함께 작용한다. 기존 사회질서는 물론 외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등과 정상회담을 한 후 문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북핵을)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더라"고 탄식했다. 어려운 계층의 최저임금 1만원도 못해주느냐고 호통치긴 쉽다. 그러나 그게 연봉 5000만원짜리 고액에도 해당되고, 경방이 베트남으로 회사를 옮겨야 하는 사연은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현실경제란 복잡한 것이다.

그래서 물정 모르는 교수들, 무조건 대통령 말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충성하는 장관, 보좌관 발탁을 선진국들은 좀체 않는다. 산업부 장관, 여당 정책위의장은 "탈원전을 해도 전기료는 5년간 안 오른다"고 계속 우기고 있다. 발전 원료인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이 60%를 넘고 원료를 전액 수입하는데 가격파동이 난다면 어떻게 안 올릴 수 있는가. 원전을 안 지어도 전력이 모자라지 않는다고 강변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멈추라는 일을 몰래 꾸미기도 한다.

강남 아파트 2~3채 가진 자들을 좋게 말할 때 팔라고 협박할 게 아니라 제도를 고쳐 못 배기고 던지게 하면 되는 것이다. 섣부른 정의감으로 장관(급)들이 맞지 않는 주장을 반복해서 한다면, 그것은 새 정부의 신뢰 문제로 연결된다. 신뢰감이 떨어지면 점차 업무추진력도 애로를 겪을 것이다.

지금 세상의 모든 정부가 어려운 것은 경제적 저성장 때문이다.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라는 역저에서 저성장의 이유를 해부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계속되는 이 현상은 노동생산성 저하와 총요소생산성(TFP)의 하락 때문으로 결론 냈다. 금세기 들어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oT) 같은 기술 갖고도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유일한 해법은 기술 개발뿐이라고 했다. 그것은 슘페터의 혁신(innovation)과 같은 얘기다. 그런데 새 정부는 기술개발과 연결되는 연구개발(R&D) 투자는 대폭 줄여버렸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도 감감무소식이다. 기술개발이 민간의 몫이라면 정부는 규제개혁, 서비스 산업 육성을 더해줘야 한다.
15대 그룹 총수들도 청와대 미팅에서 그것을 공손하게 요청했다. 그후 장관들이 움직인다는 말은 없고 오로지 탈원전과 강남 투기 잡기에만 매달리는 것 같다. 다시 실물경제에 비상벨이 울리고 청년실업은 개선될 조짐이 없다. 한국경제학회는 왜 침묵하는가. 경제는 정의를 살릴 수 있어도 정의로 경제를 꽃피울 수는 없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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