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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시장 이기는 정부는 없다

  • 김세형
  • 입력 : 2017.06.13 17:28:58   수정 :2017.06.14 11: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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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실업문제를 방치하면 재난이라며 일자리가 최우선임을 국회 연설에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몇 군데 꼭 들어 있다. 집무실에 30대 그룹 일자리상황판은 걸려 있는데 기업인을 직접 만나진 않았다. 새 정부 한 달 동안 `일자리100일계획`이 유일한 정책으로 발표됐다.
국정기획자문위는 경총,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 3곳 책임자를 만나 야단을 쳤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 같은 핵심 정책에서 서로 안 맞았다. 경총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혼벼락이 났고 대한상의는 "아직 한국 현실에 이르다"고 좀 더 점잖게 말했으나 나중에 해명자료가 필요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경총을 닮았느냐"는 꾸지람을 들었다. 국정기획위가 휴대폰 통신료 기본요금 폐지 문제를 놓고 미래창조과학부를 압박하는 장면은 재계에 비상신호가 됐을 것이다. 비공개 회의 내용을 들은즉 "기본료를 폐지하지 않으면 다음번 정부조직개편이나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미래부를 빼버리겠다. 차관을 경질하겠다"는 무서운 내용이었다고 한다. 10년 만에 진보정권으로 바뀌어 막강한 정권 초반 왜 감히 난색을 표명하겠는가. 오랜 세월 굳어진 경제적 이해에는 또 다른 눈물의 사연이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선후(先後)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개 경제활성화에 관한 설계를 먼저 내놓는다. 가령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1조달러 투자, 에너지정책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5% 높여주면 그것이 고용을 늘리는 구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개의 화살을 그런 간판으로 내세웠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엔 그런 목표점은 없다. 그냥 공공 분야 81만명을 채용해 그들이 소비하면 민간영역 고용도 늘고, 또 비정규직, 최저임금 등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 증가를 촉발해 투자→성장을 가져온다는 논리다. 이것이 작동 가능한 이론인가.

소득주도성장론은 영세민들의 소비 증가가 경제 전체를 들어올릴 만큼 힘이 세고, 한편으로 대기업들은 정규직 전환,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으로 때려도 끄떡없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다. 과연 그런가. 영세민도 저축하고 빚도 갚는다. 현대·기아차를 보면 사드 사태 이후 5월에 중국에서 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해 해외 판매가 정확히 24.9% 감소했다. 최대 위기다. 대우조선, 한진해운도 한때 간판 대기업이었으나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의 대기업도 미국의 애플, 구글 등 테크놀로지 빅5에 비하면 중소기업보다 허약하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캠페인 때는 써먹었다 해도 적용 땐 꼼꼼한 고찰이 필요하다. 경제 공황 이후 전통적인 경제정책은 재정(케인시안), 통화정책(프리드먼)의 두 가지였다. 그러다 계층 간 불평등이 심해지니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을 발전시켜 폴란드 경제학자 칼레츠키가 임금주도성장(wage led economy) 이론을 내놓은 게 1971년이었다. 문재인 캠프는 임금(wage) 대신 소득(income)으로 용어를 살짝 바꿨다. 표학길 서울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과 이윤주도성장론이란 논문에서 한국 현실에 어느 쪽이 맞는지 검증한 논문을 냈다. 그 결과 한국처럼 수출의존형 개방경제에는 소득주도성장은 맞지 않고 소비 의존도가 높은 후발국에나 어울리는 것으로 나왔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 라틴계 국가들이 임금성장론을 썼다가 크게 망했다.

한국 경제의 경우 생산성 혁신 외엔 방법이 없다고 에쓰모글루 교수는 판정을 내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일자리는 민간의 혁신 성장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론을 입에 담지도 않았던 까닭은 이런 논리를 알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정책에서 실패하고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시장입니다.
해외에 나가 보니 우리 대기업들은 세계 수준으로 참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2005년 7월 5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시책 점검회의). 일자리의 93%는 민간 기업이 담당한다. 일자리는 성장에서 나오는 게 법칙이다. 따라서 소득주도론을 보완할 성장플랜을 짜는 게 옳다. J노믹스 얼개를 짠 조윤제 교수도 통화해보니 그렇게 말했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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