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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얼음 자갈 승부에서 찾은 한국경제의 길

  • 입력 : 2018.02.11 18:27:26   수정 :2018.02.11 18: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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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컬링센터에서의 뜨거운 승부가 평창의 매서운 추위를 녹이고 있다. 컬링은 알고 보면 참 재밌는 경기다. 경기 룰은 간단하다. 스톤이라 불리는 무거운 돌덩이를 과녁 모양의 표적에 안착시키면 되는데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머리싸움이 경기 내내 펼쳐진다.
컬링에 눈길이 가는 다른 이유는 국내 경제를 둘러싼 현안들의 해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규제 개혁,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현실이 녹록지 않다. 한국 경제가 새겨들어야 할 게 무엇인지를 컬링에서 찾아본다.

먼저 끊임없는 소통이다. 컬링은 `패밀리 스포츠`로 유명하다. 컬링은 국가대표 가문들의 승부라고도 한다. 실제 한국과 일본, 미국 등 대다수 팀이 가족으로 구성됐다. 선수들 간 소통과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 현장의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혼란은 소통 부재 탓이 크다.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대폭 올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상당하다. 수혜자가 돼야 할 저임금 근로자들은 오히려 고용 감소, 수당 삭감 등을 걱정하고 있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신규 고용을 줄이거나 직접 일을 하겠다고 한다. 3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투입해 혼란을 수습한다지만 이마저도 까다로운 신청 요건 때문인지 반응이 신통치 않다.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산입 범위를 조정해달라는 기업들의 수많은 호소도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각종 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에 소통이 있어야만 한다. 특히나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산업 현장과 직결되는 정책은 수립 단계에서부터 집행까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저항을 줄이고,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두 번째는 목표를 향한 끈기다. 컬링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것는 `빗질`이다. 브룸이라는 도구를 손에 든 스위퍼들은 스톤을 원하는 곳으로 이끌고자 끊임없이 빗질한다. 그냥 닦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투구 한 번에 빙판을 45m씩, 한 엔드당 360m씩으로 한 경기가 10엔드인 걸 감안할 때 최대 3.6㎞ 길이의 빙판을 닦아야 한다.

국내 산업에서 규제가 이제껏 해결되지 않은 것은 바로 끈기 부족이다.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도 규제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MB정부는 전봇대를, 박근혜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규제 개혁을 체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이슈가 터질 때마다 혹은 기득권 세력이 반발할 때마다 규제 개혁 동력은 꺼졌다.

`혁신성장`을 내건 현 정부의 성장정책 중 가장 시급한 것도 규제 개혁이다. 우리나라 신산업 분야는 규제가 과도하거나 규정 자체가 없어서 아이디어가 산업화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는 이른바 곱셈법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곱셈사슬에 존재한 단 하나의 0 때문에 최종 결과가 0이 되는 것처럼 규제도 사슬에 단 하나의 규제만 있어도 사업을 할 수 없다. 목표점에 도달하기까지 끊임없이 쓸고 닦는 것처럼 규제도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를 발휘해야 한다.

셋째, 섬세한 정책 설계와 미세 조정도 필수다. 컬링은 언뜻 매우 간단한 운동 같지만 매우 복잡한 전략을 요한다. 우선 스톤을 던지는 방향과 속도가 중요하다. 얼음 자갈(페블)을 어떻게 빗질하느냐에 따라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나의 스톤뿐만 아니라 상대 스톤도 잘 살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올해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리스크가 상당해 회복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양극화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 등에 힘써야 한다. 대외적으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무역 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시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얼음판 위 과녁을 향해 나아가는 컬링 스톤처럼, 한국 경제도 사람 중심 경제·혁신성장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얼음 자갈 승부에서 찾은 소통과 끈기, 전략적 사고라는 해법 아래 대한민국의 승전고가 전 세계에 울려퍼지길 기대한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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