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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은산분리 완화 시급하다

  • 입력 : 2018.07.12 17:18:38   수정 :2018.07.12 21: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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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준비 미흡을 이유로 총리가 연기를 건의함에 따라 전격 취소되면서 대통령도 답답함을 표시하면서 아쉬워했다. 이날 핵심 토론 주제였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 대한 개별 부처의 구체적인 규제 완화 로드맵이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 완화는 사실 `은산분리`라는 해묵은 논쟁이다. 작년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후 단기간에 우리나라 은행권 전반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지만, 아직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착을 위한 규제 완화 문제는 오리무중이다.
그동안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초기 자본금을 시스템 구축이나 예상치 못한 대출 수요 등으로 대부분 소진했고, 더욱이 초기 과열 경쟁으로 적자 상태로 반전되면서 추가 자본 확충이 시급하게 됐다. 그러나 현행 은행법은 KT와 카카오 같은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엄격하게 제한해 이들의 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업을 주도해야 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자본 확충이 무산되면 자본 부족으로 인한 대출 제한, 새로운 ICT 기반 사업 진출 좌절 등 정상적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산분리는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4%로 제한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범위에서 10%까지 소유를 허용하는 사전적 규제이다.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는 산업 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참여를 허용하면 재벌이 은행업까지 독점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이나 중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른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가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유럽은 은산분리 규제가 없거나 아주 미약하다. 은산분리는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보편화된 정책이 아니며, 금융산업 규제의 세계적 추세는 사전적 규제의 완화 및 사후적 규제의 강화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터넷금융 시장은 중국으로, 작년 미국 시장 규모의 50배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온라인 기업이 이끄는 중국의 제3자 모바일 결제 수단은 이미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대주주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뒤늦게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 현재 우리 산업 규모나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백조 원에 이르는 사내유보를 보면 `금융의 사금고화` 유인은 거의 없다. 이러한 때에 과거의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염려해 은산분리를 강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취업자 증가폭이 7만명대로 추락해 2010년 이후 8년 만에 최악의 고용 쇼크가 발생하는 등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이 넘도록 추진해 온 규제혁신과 혁신성장이 말은 많은데, 성과물은 전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가 풀려야 기업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 규제 장벽은 요지부동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ICT와 핀테크 분야에서 8만8000개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규제 때문에 신산업에서 일자리를 늘릴 기회를 잃고 있다는 주장이다.

작년 반쪽으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산업에 새로운 디지털 혁신을 불러오며 진정한 `메기`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소유·지배구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늦었지만 우리도 구글이나 알리바바 등과 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핀테크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도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온 은산분리 규제의 전면적인 완화가 시급하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혁신성장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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