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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노리는 것

  • 입력 : 2018.02.13 17:15:51   수정 :2018.02.13 18: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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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이자 대남 특사로 평창올림픽을 방문했다. 그리고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렇게 남북 정상회담이 정식으로 거론되기까지 지난 몇 달 동안 남북 간의 물밑 접촉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북한 혼자만의 생각으로 공식 석상에서 느닷없이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한국이 북한에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국제사회 전체가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개인 플레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해서 만나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소재로 당분간 한국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이용하다가 결국은 미국과 마지막 담판을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노림수다.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한 핵단추가 자기 책상 위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핵무기의 대량 생산과 실전 배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이럴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내에서 대북 군사옵션의 가능성은 점점 구체화된다. 미국에서 대북 군사옵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 역시 이 옵션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방증하는 것일 뿐이다.

김정은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에 일단 핵무기의 대량 생산과 실전 배치를 위한 시간을 벌려고 한다. 그러다가 미국과 최종 담판을 할 준비가 되면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도발을 할 것이다. 7차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2017년 12월 당세포위원장 대회에서 김정은이 말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들"이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은 대북제재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에 `존엄과 강대성`을 보여주겠다고 선전해왔다. 이를 위해서 남북 정상회담은 아주 좋은 소재다. 과거처럼 "한국 수뇌부가 북한 수뇌부에 굽히고 들어오는 것"으로 선전하면서 체제 공고화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처음부터 달성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핵동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북한은 핵동결을 하더라도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위한 방편으로서의 동결에는 동의하겠지만, 핵폐기로 가는 출발점으로서의 동결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핵문제를 한국과 논의하지 않으려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신에 북한은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정상회담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을 차단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릴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대남 평화 공세를 볼 때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북한이 평화 공세를 하는 동안에도 우리를 위협하는 핵무기를 계속해서 만든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활용해서 경제적 실리만 취하는 것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던 북한의 행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향후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미국이 마치 남북 간 화해 분위기를 해치는 것처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실현에 도움만 된다면 앞장서서 지원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전혀 다른 셈법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하는데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어떻게 관철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정상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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