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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이제 대법관들이 말할 차례다

  • 입력 : 2018.06.12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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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끝으로 소위 `재판 거래` 의혹 처리와 관련한 사법부 내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됐다. 지난 열흘 동안 전국 판사들은 법원 또는 직급 단위로 판사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 처리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배석·단독 판사를 중심으로 하는 소장 법관들은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쪽, 전국 법원장 등 중진 법관들은 검찰 고발은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회의만 열고 의견을 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절차가 하나 빠졌다. 대법관들의 의견 표명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관은 재판 거래 의혹의 당사자에 해당한다. 문제의 문건은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대법원의 노력을 언급하면서 KTX 승무원 사건 등 몇몇 대법원 판결을 거론했다. 이들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이 현재 전체 대법관 14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7명이다. 이들 대법관이야말로 재판 거래 실체 여부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들이다.

재판 거래라는 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정권 때도 없던 일이다. 신성에 가까운 사법부 권위는 최하급심 즉결심판에까지 미친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최상급 법원인 대법원, 법관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영예직인 대법관이 재판 거래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다. 평생 법복을 입은 사람이라면 한순간도 견디기 어려운 오욕일 텐데 가만히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법관은 판결로 말하는 직업이고 직접 당사자이다 보니 오히려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침묵이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사건은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해당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에게 진상을 직접 물었다면 납득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을까. 재판 거래 의혹이 처음 거론됐을 때 대법관들이 양심과 직을 걸고 항변했다면 상식적인 국민은 알아듣지 않았을까.

대법관들은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 대법관회의에서 이 사건의 검찰 고발 여부를 의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전에 당사자로서 `재판 거래`의 실체에 대해 밝힘으로써 그간 사법부가 과분한 권위와 신뢰를 누려온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의혹 제기로 사법부 명예가 훼손된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에 따라 처방도, 책임지는 사람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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