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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 시행 3주 전에 나온 허점투성이 근로시간단축 자료집

  • 입력 : 2018.06.12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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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주당 52시간 근무제` 시행(7월 1일)을 3주 앞둔 시점인 11일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문답 자료집을 배포한 것인데 사실상 이견이 없는 사례나 판례를 소개하는 원론 수준에 그쳤다. 출장, 접대 등 애매모호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노사가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거나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기업들이 더 갈피를 잡기 힘들어 보인다. 해외 파견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지, 업무 도중 커피를 마시거나 흡연하는 시간 등은 어느 수준까지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세부 지침은 나오지 않았다.
고용부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기업들은 궁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김영란법의 경우 시행 두 달 전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뉴얼을 내놓고 설명회를 열었는데도 시행 초기 혼란이 적지 않았다. 고용부는 지난 2월 근로기준법이 통과된 후 4개월간 팔짱을 끼고 있다가 비난이 들끓자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마저 뚜렷한 기준과 원칙이 없어 기업들이 내부 지침을 만드는 데 더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제시된 허술한 가이드라인으로는 기업들이 알아서 할 수밖에 없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준비가 충분하다"며 "일단 시행해보고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기업들로서는 불법을 무릅써야 해 보통 곤란한 게 아니다. 특히 고용부가 `노사 간 해결`에 방점을 찍은 것은 노조가 목소리를 낼 명분을 줘 기업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노사 간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많아짐에 따라 개별 구체 사안이 모두 노사분쟁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근로시간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게 되는 만큼 이를 이용하려는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 과거 통상임금 문제처럼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대로 시행에 들어갈 경우 대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용부는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 52시간 근무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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