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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재건축 아파트 한 동을 미래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서울시의 단견

  • 입력 : 2018.01.12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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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 때 한 동을 미래 유산으로 보존하라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계획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 동을 헐지 않도록 요구한 데 이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도 아파트 한 동과 단지 중앙에 있는 굴뚝을 남기라는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이는 서울시가 근현대 문화유산 중 미래 세대에게 남길 가치가 있는 것을 보존하는 `서울 유산 사업`의 일환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건축물도 아닌 현대식 아파트가 과연 보존할 만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또 첨단 시설을 갖춘 새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관리가 안돼 단지 전체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할 가능성과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집 안에 난방용 연탄 아궁이가 있었다는 게 보존 이유였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내부를 리모델링해 아궁이가 남아 있는 곳이 없다. 잠실주공5단지는 지역난방 방식, 탑상형 주동 등이 아파트 건축사의 전환점이라는 데 의미를 뒀는데 억지스럽다. 게다가 15층짜리를 4층까지만, 길이로는 5분의 1만 남기고 나머지는 허문다는 방침이어서 15층 원형대로 보존하지도 못하는 셈이다. 대한민국 근현대 주거사에 의미 있는 건물이라면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남기는 방법도 있다. 주민들은 재건축 승인을 받기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견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지만 사유재산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보존을 요구한 반포주공1단지 108동과 잠실5단지 523동은 모두 한강변에 위치해 재산적 가치가 큰 황금 입지로 꼽히는 곳이라 반발이 더 크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보존하는 게 옳다. 하지만 서울시는 역사 보존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과감히 변신하지 못한 채 수십 년간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 선진국 메가시티들이 마을 재생과 대규모 개발사업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도시재생에 나서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퇴보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사유재산인 낡은 아파트 재건축을 승인해주면서까지 역사 보존 명분을 들이대는 것은 도시 경쟁력을 외면하고 보존에만 집착하는 단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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