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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당국, 대출절벽 근처에는 가봤나

  • 정주원 
  • 입력 : 2018.09.13 00:05:02   수정 :2018.09.13 17: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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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이후에도 `대출 절벽`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떨어진 뒤에도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같이 공표했다. 우려는 주로 당국 바깥에서 나왔다.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저신용·저소득층 수십만 명을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신용등급 7~10등급자의 신규 가계대출 잔액과 이용액 비중이 최고금리 인하 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논쟁은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대출 절벽이 없다는 정책 당국의 자신감은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최근 만난 한 서민금융 연구가는 "차라리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라"며 당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등급으로 뭉뚱그린 숫자만 봐선 나락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서민금융 실태를 파악하고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 조직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은행·보험·증권 분야에선 각 업권의 지원을 받아 연구원이 운영 중이지만, 서민금융 분야에선 널려 있는 통계자료를 분석할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나마 올해 서민금융연구원이 발족했지만 다른 연구원들처럼 탄탄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23일로 출범 2주년을 맞는 서민금융진흥원만 하더라도 상주 연구인력은 1명에 불과하다.

당국이 "대출 절벽은 없다"고 주장하려면 그에 앞서 대출 신청에서 탈락한 저신용자의 규모와 불법 사금융 이용 실태를 파악하는 성의라도 보였어야 한다. 정작 이런 현실을 "조사하기 어렵다"고 외면한다면 `수요자 중심의 포용적 금융`이라는 정부 방침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당국이 문제의식을 갖고 후속 대책을 내놓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과도한 수익을 내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영업 행태를 감독하고,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와 대출 지원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서민금융의 실태를 정확히 분석할 연구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만 금융 약자들이 `포용적 금융` 구호에서 배제되는 모순을 피할 수 있다.

[금융부 = 정주원 기자 jnw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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