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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칼럼] 신흥국은 탄광 속 카나리아인가?

  • 입력 : 2018.06.13 17:41:54   수정 :2018.06.14 18: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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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환율·부채 위기는 국지적인 이벤트일 뿐일까. 아니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드러나고 있는 글로벌 부채시장의 취약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사전 경고인가.

글로벌 금리 상승은 이탈리아 같은 선진국 경제의 안정성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 특히 개발이 덜 된 남부 지역에서 유권자들은 파괴적인 포퓰리즘 정부를 택했다. 그리스의 10배에 달하는 경제 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의 디폴트는 유로존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 실제로 이 포퓰리즘 연립정부는 유로존 시스템에 지고 있는 `비공식 부채` 중 일부를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해 탕감해 달라고 시사한 바 있다.
다행인 점은 전면적인 글로벌 부채 위기가 아마도 일어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 경제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성장은 여전히 강력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경제는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많은 외국 중앙은행, 특히 아시아 국가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처럼 경제 규모가 큰 신흥국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위기의 파도를 헤쳐나갈 능력과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IMF가 자금을 지원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그리스에서 저지른 실수를 또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IMF는 그리스 구제금융 과정에서 채무자와 채권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유럽이 새로운 포퓰리즘 정부가 원하는 추가 예산안 정도는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건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말이다. 세계를 둘러싼 정치적 불협화음에도 낙관론을 믿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장기 실질금리가 아직도 매우 낮다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 기조를 제쳐두더라도 미국의 물가 연동 30년물 국채 금리는 여전히 1% 정도밖에 안 된다. 과거 이 금리가 3%에 달했던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부채 위기의 파도가 몰려온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IMF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수년간 선진국들 부채 규모가 기록적으로 커져갔음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IMF는 최근 "근래에 경기 침체가 온다면 많은 국가의 재정 여력이 힘에 부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위기는 오래된 연금제도나 복지로 생겨난 `숨겨진 부채` 때문에도 발생할 수 있다.

수많은 연구 결과가 이 같은 IMF 시각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부채 문제가 심각했던 국가들은 엄청난 금융 쇼크가 왔을 때 취약한 경제성장을 보였고, 공공부채 규모와 경제성장률은 장기적으로 명백하게 반비례했다. 이는 당연히 국가 부채를 줄여가는 `긴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심각한 경기 침체 때 국가는 자금을 쌓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 맞는다.

사실 좌파와 우파 양측 진영에서 "이번 사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재하는 전쟁 위험이나 금방 닥칠 금융위기가 없기 때문에 공공부채나 연금정책에 너무 큰 규제를 두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글로벌 통화 발행국이라는 점에서 재정 여력이 다른 국가들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매우 나쁜 성질의 `쇼크`는 어느 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그 원인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모든 국가는 현재 상황을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쨌든 그 어느 나라도 현재의 초저금리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미래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선진국 부채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경제학자들은 수십 년 전 `대안정의 시대(Great Moderation·주기적 변동성이 거의 영구적으로 없어진 시대)`를 떠벌렸던 이들과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가 10년 전에도 봤고 결국 필연적으로 다시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되듯이 글로벌 부채, 금융위기와 관련해서는 아직 `역사의 종언`에 다다르지 못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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