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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아까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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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지나 초여름으로 접어들면 여지없이 아까시나무꽃이 만개한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의 노랫말에 있는 그 꽃이다. 아카시아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틀린 표현이다. 아까시나무꽃이 맞는다.
아까시나무의 학명(Robinia pseudoacacia)에 슈도아카시아, 즉 가짜 아카시아가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아카시아와 혼동될 만하다. 서로 닮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고 가짜라는 의미의 라틴어 접두사(pseudo)를 붙였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 원산의 황금색 꽃으로 가시가 많다. 사바나 지역에서 키 큰 기린이 잎을 뜯어먹는 우산 모양의 나무가 주로 아카시아다. 우리는 유명한 동요 때문에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잘못 알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많은 이에게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인정해 아카시아를 검색하면 아까시나무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니 다소 난감하다.

아까시나무는 미국 원산인 낙엽성 교목으로 1900년대 초 들여와 전국에 퍼졌다. 경인선 철로변에 처음 심었다는데 당시 독일 총영사 크루프의 추천으로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지시해 심었다고 한다. 부족한 땔감용으로 속성수인 이 나무가 맞아떨어졌던 측면도 있었다. 아까시나무의 용도는 다양하다. 강한 꽃향기는 많은 꿀을 만들어낸다. 아까시나무에서 따는 꿀이 한때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 적도 있다. 자루처럼 늘어진 하얀 꽃은 배고플 때 날로 먹었고, 다발째 튀겨 먹으면 더 일품이다. 번식력이 뛰어나고 뿌리끼리 엉키는 밀원식물이어서 산사태를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한때 일부러 베어냈다가 산사태로 홍역을 치른 뒤 다시 심은 지역도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의도적으로 심어진 나무, 베어내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골칫덩이 나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우리 생활 주변에 가깝게 와 있는 게 아까시나무다. 전문 요리사들은 바비큐 같은 훈제요리 때 아까시나무 잎이 훈연재의 으뜸인 히코리나무 향과 비슷해 많이 활용하고 있다. 아까시나무꽃이 피면 산불이 줄어든다고 산림 관계자들은 반긴다. 비 그치면 이번 주말 동네 뒷산이라도 찾아가 활짝 핀 아까시나무꽃에 흠뻑 취해보시길.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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