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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통일한국' 경제에 대한 새 패러다임

  • 입력 : 2018.05.17 17:19:17   수정 :2018.05.17 17: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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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말이면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이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나이다. 노인 나이 한평생 통일 얘기를 해왔지만, 작금의 상황처럼 신중한 낙관론이 고개를 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통일에 정통한 혹자는 통일이 어려운 이유를 `정치적으론 수용되지만, 경제적으로 재앙인(Politically correct, economically disastrous)` 방안과 `경제적으론 합리적이나 정치·정서적 합의가 어려운(Economically sensible, politically incorrect)` 방안의 갈림길에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앞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통일에 다다를지를 생각하면 답이 안 보인다. 예측 불허의 상황 전개, 엄청난 통일 비용 부담, 남북 사회문화적 융합의 어려움, 통일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엇갈린 시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일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보았으면 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면, 원하는 답을 그려보고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해보는 것이다. 기업들이 최고의 경쟁사 제품을 분해해 디자인 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방법처럼 말이다.

통일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답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통일한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잘사는 것이다. 통일한국의 인구는 독일과 유사한 8000만여 명이다. 먼 미래에 독일과 비슷한 규모와 경제가 될 수 있겠다는 꿈을 충분히 꿀 만하다.

하지만 통일한국의 고용인구는 2050년 기준 3900만~4300만명으로 추정되고, 이는 현재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독일 규모의 경제 강국이 되려면, 고용인력 한 명당 생산성을 높이고, 한국은 독일보다 빠르게, 북한은 한국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한국의 생산성 성장률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져왔다.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디지털 혁신의 수용과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연적이다. 맥킨지는 4차 산업혁명이 2030년 기준 한국 경제에 230조~460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북한 역시 이러한 생산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 개발에 대한 기존 틀을 모두 바꿔야 한다. 개성공단과 같은 경공업이나 기초산업부터 시작해 중공업, 첨단산업으로 점차 발전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디지털·데이터 중심의 경제로 바로 퀀텀점프(quantum jump·대도약)하게끔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을 도시화할 때도 전면적이고 점진적으로 하기보다는 우선 도시화 유형(archetype)에 따라 구분한 뒤 대표 도시들을 `미래도시(city of the future)`로 키우는 것이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미래도시 후보로 개성, 신의주, 원산 및 평양의 위성도시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도시들은 4차 산업혁명과 첨단기술 적용을 통해 탄소 무배출, 에너지 자립, 차량공유 기반 모빌리티, 그리고 로봇세(robot tax)에 기반한 소득 제공 및 도시 내 재투자가 가능한 도시로 건설되고 운영될 수 있다.

의료서비스도 대표 사례다. 현재 북한 의사 수는 1000명당 3.3명 수준으로 OECD 평균과 같지만, 의료의 질은 현저히 낮다. 디지털 데이터와 원격 의료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의료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북한 의사 수를 30% 줄이는 대신, 남은 인력을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입할 수 있다.
특히 전자의료기록이 단일 디지털 플랫폼으로 모이면, 이를 활용한 첨단 의료서비스 제공뿐 아니라 신약 및 치료기술 개발도 가능해진다.

원자력 에너지를 논할 때 핵융합은 핵분열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지만, 달성 조건이 더 까다롭다. 핵 `분열`이 `분단`이고, 핵 `융합`이 `통일`이라면, 통일은 어렵지만 이를 통해 지금보다 더 큰 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그 어렵다던 핵융합 상용화보다 한국 통일의 시점이 먼저 오길 기대한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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