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새벽 3시의 달은 어떻게 생겼을까. 서현이가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을 아침에야 듣고, 그전까지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던 질문이 생각났어. 새벽 3시엔 누군가는 자거나, 울거나, 조용히 몸을 뒤척이겠지. 시간이라는 개념을 서현이가 알기는 아직 어렵겠지? 쉽게 말하면 시간은 해와 달의 움직임을 잘라놓은 거야. 해가 뜨면 낮이 되고, 해가 지면 밤이 되고. 달

낭만이라는 말은 금기어(禁忌語)에 가깝다. 이름 앞에 붙는 순간 그는 별종(別種)이 된다. 특이한, 조금은 웃기는, 진지한 세계에서 한 발 비껴 있는 사람. 금기어는 매력적이다. 금지된 사랑이 그렇듯이. 금지됐어도 사랑은 사랑이니까, 더 자극적이고 눈에 더 밟힌다. 낭만은 어딘가 예스럽고 감상적이다. 종종 허당, 허상, 허울이 따라붙기도 한다. 대개는 그

미국에서 박사과정 동안 이끌어주신 지도 교수님의 이메일이 왔다. 내가 학교를 떠난 뒤 교수로 부임해서 이름만 들어본 교수가 한국에 오는데 도움을 좀 줄 수 있을지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이 젊은 교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서 중심 인물과 배경의 관계를 뒤집어 해석하는 획기적인 연구로 주목받는 학자다. 아시아계로서 미술사의 핵심 분야인 르